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더티혜리

Dirty Harry

4만번의 구타 2
이요섭 / LEE Yo-sup
2012
HD / Color
28min

시놉시스

혜리는 화가 나 있다. 친구인 뿅이 임신한 사실을 숨겨서…
뿅은 겁이 난다. 친구인 혜리가 화가 나 있어서.
뿅에게 사실을 들은 혜리는 여전히 화가 나있다. 애아빠가 누군지 뿅에게 묻는다. 짱개 수봉이가 애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혜리는 사라진 수봉의 행방을 찾는다.
Harry gets mad because her friend Crush conceals the fact that she’s pregnant. Crush is afraid because her friend Harry gets mad. Harry is still angry even though Crush tells her the story. She asks Crush who the baby’s father is. Harry traces Soobong, the delivery boy from a Chinese restaurant, after hearing that he’s the one.

연출의도

어느 순간부터 "담배 한갑만 사주세요"라고 말하며 오는 중고등학생이 무서워졌다. 그들은 어딘가 화나 보이고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드보일드 장르라는 탈을 씌워주고, 맘껏 움직이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Suddenly I got afraid of those students on the street saying "got a cigarette?". They look angry and dangerous. Come to think of it, they must have their own reasons.
I wanted to set them free in my hard-boiled genre movie.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혜리(배효진)와 뿅(정혜지)은 싸우다 친해진 여고생 친구 사이다. 뿅은 임신했고 혜리는 화가 났다. 뽕이 프리스타일 래퍼인 중국집 배달원 수봉 오빠의 아이를 뱄다고 하자, 혜리는 무책힘한 수봉을 찾아 나선다. 복수를 위해 혜리는 거듭되는 난관을 거쳐야 한다. 조력자, 방해꾼, 미스터리 제보자 등 영화는 설화적인 모티프를 활용하야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뒤섞은 기묘한 걸스 액션물을 만들어 냈다.
혜리와 뽕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학교와 도서관, 흉가와 다리 밑을 경유하는 이들의 동선 속에 사려 깊고 관용적인 어른은 없다. 너그러운 선생님은 알고 보니 뿅을 임신시킨 파렴치범이다. 가정도 학교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을 때, 그녀들은 학교를 떠난다. 임신한 뿅, 게이 수봉과 함께 혜리는 이제 학교를 떠나 복싱장으로 간다. 세상을 향한 분노의 에너지를 안으로 응집시켜 세상과 맞설 힘을 기르기 위해.
학교 내 성문제와 학교폭력, 부등교의 아이들, 10대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영화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껴안는다. 때리고 가끔 맞는 복싱장의 단순한 논리는 그들이 앞으로 맞설 세상의 논리와 꽤 닮았다. 법과 원칙이 무너진 곳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외적 권위를 빌지 않고 직접 응징한다는 점에서 돈 시겔의 <더티 해리>의 세계와 영화 <더디혜리>의 세계는 닮아 있다. 애니매이션을 전공한 후 실사와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해 온 감독 이요섭은 <다문 입술>(2010)과 <그의 인상> 등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형사 단편물을 만들기도 했다. <더티혜리>는 드물게 만나는 행동형 여고 액션물이다. 내면, 상징, 트라우마 없이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여고생 혜리는 한국영화에서 발견하기 흔치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뒤섞은 솜씨도 꽤나 감질난다.
송효정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