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

escapin´

  • 4만번의 구타 1
  • 표민수 / PYO Min-soo
  • 2015
  • HD / B&W
  • 9min 47sec
시놉시스
죽음을 목전에 둔 남자가 병원에서 탈출하지만, 그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쫓기게 된다.
연출의도
죽음과 경계에 대한 이야기.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무엇보다도, 전체 러닝타임이 채 10분을 넘지 않는, 단편다운 단편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지난 십여 년간, 단편영화 제작의 도구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이래로 (특히 한국 단편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공포,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고 싶은 심리상태를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쫓기는 것으로 형상화한 이 영화는 단편에서만 가능한 압축, 생략, 상징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흑백을 선택한 것은 훌륭한 판단이면서 동시에 마땅히 그래야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대비가 내리는 여름 밤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설정이나 배경, 장면의 전환에도 개연성이 없고 검은 화면만이 이를 연결한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죽음을 의인화한 스릴러 장르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화려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흑백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은 소신과 결단력,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암전 상태에서 ‘삑, 삑’ 울리는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의 규칙적인 기계음으로 시작한 영화는 시종일관 캄캄한 흑백 화면에 대비되는 사운드의 사용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발자국 소리, 육탄전을 벌이는 소리, 기찻길 건널목의 경고음, 강물이 출렁이는 소리, 마지막에 환자감시장치의 ‘삐-’ 소리까지, 음향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스릴’을 증폭시킨다. 음향의 사용이 기능적이고 영리했다면, 음악의 사용은 상징적이다. 유일하게 쓰인 사운드트랙인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곡은 영화의 정서를 한국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이와 더불어, 조각배가 뒤집어져 강가로 헤엄쳐 나오는 장면 또한 공무도하가(“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와 같이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한국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를 사용하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죽음을 대하는 (감독의 또는/그리고 우리의) 태도, 그리고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대하고 있는가,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으로부터, 어디로부터의 escapin’인가… 영화의 말미, 총으로 ‘나’를 쏘고 아직 숨을 쉬고 있는 ‘나’를 관 속에 넣고 닫아버리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결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원윤경 (영화연구자)
감독정보

표민수

PYO Min-soo

pyo4real@gmail.com

2013 <moment of abstrain>
2013 <break ups to make ups>
2012 <과부일기>
2012 <유다의관>
스탭
  • 제작이수아
  • 시나리오표민수
  • 촬영형준석
  • 편집박민선
  • 믹싱이지혜
  • 출연 남연우

escapin´

escapin´

  • 4만번의 구타 1
  • 표민수 / PYO Min-soo
  • 2015
  • HD / B&W
  • 9min 47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