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연희가 날 더듬은 것 같은데

I think Yeon-hee groped me last night

  • 희극지왕 2
  • 박혜민 / PARK Hye-min
  • 2014
  • HD / Color
  • 8min 15sec
시놉시스
17살 정민은 친구들과 연희의 집에 모여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고 술에 취해 얼떨결에 연희와 첫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잠이 들었을 때 연희가 자신을 더듬은 것만 같다. 다음날 정민은 집으로 돌아가며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린다. 솔직히 기분은 좋았지만 부끄럽고 혼란스럽다. 둘 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연출의도
누구나 겪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동성친구와의 두근거림과 혼란.
상영 및 수상
2014 인디포럼
2014 서울LGBT영화제
리뷰
처음으로 술을 마신 17살 정민은 술에 취해서 친구 연희의 방에서 잠든다. 다음날 아침 정민은 집으로 가기 위해 연희의 집을 나서는데, 잠들었을 때 연희가 자신을 더듬은 것만 같다. 지난밤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정민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어젯밤 연희가 날 더듬은 것 같은데>라는 호기심 자극하는 제목의 영화는 바로 그 혼란, 주인공의 혼란을 소재와 주제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여, 주인공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 변화를 관객이 즉각적으로 공유하도록 해준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관객의 경험으로까지 확장시키위해 형식적으로는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의 결합을 이용한다. 감독은 리얼리즘적인 사실 묘사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의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빼곡하게 채운다. 이 영화의 그림체와 애니메이션 효과들을 영화와 떼어 놓고 본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상투적이고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빡빡하게 들어찬 아이디어의 향연이 과잉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아이디어들이 적재적소에 놓여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 영화가 목표로 하는 주인공의 내적 경험을 관객이 공유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상투적이라거나 과잉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주인공이 자기 내면 깊은 곳의 진심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의 몇몇 아이디어는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정민이 연희에게 어젯밤 일을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하고 걸음을 돌려 연희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첫 장면에서 영화는 정민이 발걸음을 옮길수록 연희의 집이 점점 멀어지도록 보여주는데, 이는 내레이션과 이미지의 아이러니한 결합을 통해 인물의 무의식을 폭로하는 흥미로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 그 여정을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춘 스토리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만약 인물의 심리를 상징적 이미지들로 치환되는데 그쳤더라면 얻지 못했을 재미를 이야기 보여주기로 성취함으로써, 관객이 영화에 쉽게 몰입하고 이해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성진수 (영화평론가)
감독정보

박혜민

PARK Hye-min

gpalsrns@naver.com

2013 <바람>
스탭
  • 제작KAFA FILMS
  • 시나리오박혜민
  • 미술감독김선정, 박혜민
  • 음악이성이, 김채은, 김동욱
  • 원화허재선
  • 효과조희연
  • 사운드이동빈, 김근채, 양하정, 신윤남
  • 출연정유정, 진은혜, 김영근

어젯밤에 연희가 날 더듬은 것 같은데

I think Yeon-hee groped me last night

  • 희극지왕 2
  • 박혜민 / PARK Hye-min
  • 2014
  • HD / Color
  • 8min 15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