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빈집

Looking for empty house

0
예고편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2
변성진 / BYUN Sung-jin
2013
HD / Color
36min 47sec

시놉시스

노총각 원석은 밭농사를 지으면서 삼촌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소 일을 돕고 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던 원석은 수인으로부터 빈방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는다. 수인은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서울 토박이 여성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제주에 내려온 여성이다. 원석은 수인을 만나고 그녀의 미모에 반하고 만다. 수인에게 아저씨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수인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원석은 빈집을 보여주지만 수인과 동행하는 데이트(?) 시간을 더 벌기 위하여 집을 계약하지 못하게 온갖 방해공작을 펼치는데...

연출의도

얼마 전 서울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귀촌하기로 결심했다는 중년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이 모든 결정이 올레길을 걷는 동안‘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일어났다고 했다. 제주를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도시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해왔던 모든 가치가 일순간 날아가 버리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요즘 제주에 귀촌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고 이것은 이제 뚜렷한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빈집>은 제주에서 살기 위해 집을 찾아 다니는 여자 주인공을 통해 이런 변화의 계기를 드러내고 현대인들의 내면적 황폐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주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운 시골 문화 속에 현대인의 병을 치유하는 힐링의 힘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원석은 제주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지내는 노총각이다. 삼촌의 부동산 중계업을 간간히 도와주던 그는 어느 날 미모의 여성 수인으로부터 빈방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는다.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수인은 사고로 지친 마음을 달래려 잠시 제주에 머물고 싶어 한다. 원석은 수인을 보고 한 눈에 반하지만 선뜻 마음을 건넬 용기는 없다. 대신 수인과 하루라도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집을 계약하지 못하도록 꼼수를 쓴다. 일부러 열쇠가 안 열리는 척을 하고 빈 집에 벌레를 풀어두는 등 유치한 작전을 이어가지만 결국엔 수인에게 들켜 버려 엉망이 된다.
제주는 신기한 곳이다. 생경한 풍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누그러지고 이국적인 말투와 분위기에 젖어들면 이곳이야말로 진정 휴식을 위한 공간이구나 싶다. 하지만 일탈을 위해 제주로 달음질 하는 많은 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다. 제주 역시 사람이 살고 있는 생계의 터전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시선을 빼앗길 때 우리는 종종 사람을 보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누군가가 잠시 머물다 갈 때 누군가는 그곳에서 집을 짓고 뿌리를 내린 채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빈 집>은 제주를 배경으로 했기에 유의미한 영화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가 서로에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제주의 풍광에 빗대어 잘 녹여낸다.
<빈 집>의 연출은 성실하다.l특별한 기교를 부리는 대신 차근차근 드라마를 쌓아나간다. 전개는 완만한 편이고 리듬을 만들기보다는 무던하게 흘러간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은 건 화면 곳곳이 제주의 푸르름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 입은 마음, 두근거리는 설렘을 모두 넉넉히 품는 제주 풍광은 그것만으로도 빈 집이 사람 사는 집으로 바뀌는 과정에 대한 설득력을 지닌다. 제주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상처 입은 이들)이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집으로 그려낸 점에 점수를 주고 싶지만 좋은 의미에서 제주 풍광이 지닌 원초적인 여유로움과 넉넉함에 빚지고 있는 게 많은 영화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