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캠퍼스의 봄

Spring on Campus

비정성시 5
안승혁 / AHN Seung-hyuk
2012
HD / Color
25min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방학 동안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몰래 책을 훔쳐 생활비를 충당해 살아가고 있는 재희.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자신의 책과 월급봉투를 도둑맞는다. 다행히 가까스로 도둑을 잡긴 하지만 그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재희는 선뜻 신고를 하지 못하는데….
Jae-hee works at a book store for a part-time job during summer break and pockets books from the store for extra money. One night, his books and paycheck get stolen at a library. Jae-hee manages to find the thief, but, when he finds out that the thief was a mere high school student, he hesitates.

연출의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춘들. 그들에게 봄은 언제쯤 올까….
The young generation that struggles for survival. When will spring come?

상영 및 수상

2012 부산국제영화제

리뷰

길에서 접선하듯 중고 책을 팔고 있는 그녀. 책을 전해주고 돈을 받자마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고 황급히 사라진다.
재희는 착실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학생이다. 계산은 물론 청소까지 성실하고 꼼꼼히 일하는 그녀지만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적 면모를 지닌 그녀다. 서점 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그녀는 서점 주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부모님께 더 이상 손을 내밀 수 없어 몰래 책을 훔쳐 팔아 부족한 학교 등록금을 마련하며, 생활한다.
이런 재희가 도서관에서 책을 도둑맞는다. 그것도 소중한 월급을 넣어 둔 책을 도둑맞게 된다. 이런 젠장, 도둑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의 등장이라니. 도서관에서 재희의 책을 훔친 성준의 등장, 과연 그녀는 도둑을 잡을 수 있을까?
도둑이 도둑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모호해진다. 그야말로 부조리극이다. 재희도 성준도 30분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할 것이다. 그런데 그 후회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후회라기보다 좀 더 기술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후회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어느 순간 이 들을 잡는 방호원과 교직원의 손아귀에서 이들이 벗어나길 기도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캠퍼스의 봄’은 이처럼 처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캠퍼스의 봄’은 신기루 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재희나 성준처럼 눈물과 고통으로 캠퍼스의 봄을 맞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결코 투쟁을 위한, 투쟁을 그려낸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몰려드는 먹먹함과 생각은 ‘반값 등록금’의 완전한 실행은 더 이상 이 땅에 재희와 성준처럼 봄을 맞이할 청년들을 양산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도 이젠 자녀들의 등록금을 걱정할 나이가 됐기 때문일까? 슬며시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반값 등록금 실현되는 캠퍼스의 여유로운 봄을 위하여 투쟁!!!”
정지욱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