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왈츠 속의 탱고

Tango in the Waltz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이경진 / LEE Kyeong-jean
2012
HD / Color
21min 22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성기는 과거에 모란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번만큼은 모란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서 바다로 떠난다. 가는 동안 아름다운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 추억들과 함께 여행을 하려 한다. 하지만 갑자기 성기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 그들의 여행은 어떻게 될 것인가?
Sung-gi still feels bad about not celebrating Mo-ran’s birthday in the past. Time flies, and this time, he decides to throw a party for Mo-ran at the beach. On the way to the ocean, they walk down the beautiful memory lane of two, but suddenly, Sung-gi does not feel so good. What is going on with their trip?

연출의도

부부(커플)의 사랑이란 티격태격 하는 가운데 마치 하나의 춤과 같이 밀고 당기며 맞추어 가는 과정 속에서 더 싹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고, 누구나 그러한 사랑이 젊어서나 늙어서나 변함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I thought that a couple (married or not) grows mutual feeling for each other in the game of push and pull like a dance move. Regardless of how old we get, I hoped we all could love in the same way we used to.

상영 및 수상

2012 상록수영화제 우수상

리뷰

다른 이들과 어느 하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노부부에게도 한 여름날 같은 뜨거운 청춘이 있었을까? <왈츠 속의 탱고>는 노인들의 지나간 추억을 현재로 불러오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영화다. 영화는 말쑥한 교복을 입고 수줍게 선물을 건네는 소녀와 어딘지 모르게 눈치 없어 보이는 소년의 대화로 시작한다. 첫사랑의 설렘을 전하는 재기발랄한 소녀의 모습은 이내 주름살 가득 찬 얼굴로 변화하고, 늙은 남편의 노망을 질책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겹쳐진다. 이처럼 이 영화는 중후한 노부부의 현재 모습과 풋사과처럼 싱그럽던 과거 청년기의 시절을 교차편집으로 진행시킨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면서도 아웅다웅하는 살뜰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기념일을 맞이하여 과거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여정에는 여전히 소녀의 발칙한 상상력과도 같은 명랑함이 숨어있다. 특히, 소년이었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임종을 맞이하는 꿈을 꾼다는 발칙한 설정은 단연 압권이다. 코믹한 요소가 한껏 가미되었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편으로는 청춘을 추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쇠락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전반적인 영화 호흡과 잘 어우러진다.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오고감은 떠나간 청춘을 안타까워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지금의 노년부부를 축복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 옛날 바닷가 앞에서 정열의 탱고를 추던 젊은 커플이, 앞마당에 간이 바다를 만들어놓고 느릿하지만 정중한 왈츠를 추는 노년부부로 변주하는 과정은 실로 아름답다. 왈츠를 추는 그들의 몸짓 속에는 뜨거운 탱고가 여전히 녹아있을 것이다.
김고운 (영화칼럼니스트)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