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지나면

When September Ends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4
  • 고형동 / KO Hyung-dong
  • 2013
  • HD / Color
  • 23min 26sec
시놉시스
공모전 설계도 제출을 하루 앞두고 선영의 설계도가 사라진다. 선영은 지연을 의심하고, 승조는 지연을 감싸준다.
On the day before a deadline, Sun-young’s floor plan for a design contest gets missing. Sun-young accuses Ji-yeon of stealing it, and Seung-jo takes on Ji-yeon’s side.
연출의도
내가 살아온 시간,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것들.
The amount of time I have lived, the things that I have loved.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영화 속 한 장면. 승조는 함께 식사를 하던 지연에게 왜 하필 구 중앙정보부 강당을 새로 설계하고 싶은지 묻는다. 지연은 그곳이 역사의 중심이었던 곳이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이 대단하다며, 유신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그곳을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바꿔놓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연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 대신 찾아오는 것은 사랑이다. 이는 역사와의 고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일까, 아니면 낭만적 사랑으로의 후퇴일까.
공모전 설계도 제출을 하루 앞둔 날, 선영의 설계도가 사라진다. 선영은 늦게까지 작업실에 함께 있던 지연을 의심 하지만 승조는 그런 지연을 감싸며 그녀의 설계 준비를 도와준다. 혼자 다니던 지연은 작업을 위해 승조의 집에 잠시 머무르고 둘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승조는 지연의 도면통에서 선영의 설계도를 발견하고 말없이 지연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지연은 작업실에 몰래 들려 선영의 자리에 설계도를 돌려놓고 가려던 참에, 선영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 들키고 만다. 쫓기던 지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승조는 그녀를 숨기고 대신 도둑 행세를 하며 학생들에게 쫓긴다. 지연은 결국 자신의 소행을 고백하고, 만들던 설계도를 승조에게 선물로 준다.
이 영화의 신기한 점은 기묘할 정도로 동시대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짧은 머리에 통기타를 치는 승조와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를 닮은 지연 사이에서 슬그머니 피어나는 로맨스는 동시대적이라기보다는 70~80년대의 그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승조가 지연을 대신해 도둑으로 쫓기는 순간, 그를 붙잡으러 달려 나온 학생들의 모습은 흡사 80년대 운동권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영화의 노스텔지아적인 무드를 만들어내는 토대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역사를 환기시킨다기보다는 하나의 양식적 요소로 남아있는 역사의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끌려오는 것에 가깝다. 역사적 흔적으로서 이미지들은 현재와 역사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즉 과거의 역사는 정치적인 의미가 탈각된 채 하나의 이상화된 이미지로 우리에게 인식된다. 이는 무엇보다 안도 타다오와 나카야마 미호의 ‘이미지’가 승조에게 중요해 보인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영화에서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연이 승조와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설계도를 훔쳤다는 일말의 죄의식으로 공모전 준비를 포기하게 되는 일련의 상황들이다.
<9월이 지나면>은 역사의 전유물로서 지금까지 (지연의 말처럼) ‘버티고 있는’ 건축을 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 역사는 환기되기 보다는 현재와 함께 상황화되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영화는 비동시대적인 인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역사적인 흔적이 하나의 양식 또는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지연의 대사처럼 구 중앙정보부 강당 건물은 과거에 남북공동선언을 했던 장소이지만 지금은 버려져있다. 승조는 이에 대해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것은 과거 그대로의 이미지만 남아있고 말 그대로 텅 비어있다. 승조를 비롯해 우리가 이로부터 취하는 것은 그 껍데기로서 양식이다. 하지만 건축이란 본디 과거의 흔적이 켭켭이 쌓여있는, 역사적 지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아니던가. 물론 이를 우리 시대에 대한 감독의 진단이라고 바라볼지, 아니면 역사적 이미지를 상황화시키기 위한 동인으로 끌고 와서 다가올 사랑을 노래하는 낭만적 노스탤지어의 찬가라고 볼지는 관객이 판단할 일이다.
이민호 (영화칼럼니스트)
감독정보

고형동

KO Hyung-dong

kohyungdong@gmail.com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2011
스탭
  • 제작고형동
  • 시나리오고형동
  • 조감독김무규
  • 촬영박병규
  • 조명박병규
  • 편집고형동
  • 미술감독고형동
  • 음악차효선, 김나은
  • 녹음양준모
  • 믹싱옥은혜
  • 출연임지연, 조현철, 윤희진

9월이 지나면

When September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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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형동 / KO Hyung-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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